코스피 4000 돌파, 꿈이 아닌 현실이 되다
1980년 100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피가 마침내 사상 최초의 4000 시대를 열었습니다. 2025년 10월 27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 4,042.83포인트를 기록하며 역사적인 이정표에 도달했습니다. 6월 20일 3,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4개월 만의 쾌거로, 전 세계 주요 지수 중에서도 단연 가장 놀라운 성과입니다.

믿기 어려운 상승, 실적으로 뒷받침되다
올해 70% 가까운 급등, 글로벌 압도
올해 코스피의 상승률은 무려 68.5%로, G20 국가 중 압도적 1위입니다. 이는 미국 나스닥(약 30%), 일본 닛케이225(약 27%), 유럽 지수들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치입니다.

2022년 말 AI 혁명이 시작된 이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코스피의 상승률은 80%로 비트코인(592%)과 금(119%)은 별개로 하더라도, 나스닥(119%), 닛케이225(93%)을 모두 능가합니다. 단기 유동성이나 투기 심리가 아닌, 실질적인 경제 펀더멘탈이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 실적, 예상을 뛰어넘다
이번 상승의 핵심은 반도체 실적의 급급한 개선입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애널리스트의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11조 3,834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창사 후 역대 최고 영업이익인 1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지난 8월 말 100에서 최근 140으로 무려 40%나 급등했습니다. 이러한 실적 개선이 주가 재평가로 이어진 것입니다.
코스피 4000을 가능하게 한 세 가지 동력
첫째: AI 반도체 수요 폭발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붐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거대한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충, GPU 칩셋 수요 급증이 직결된 결과입니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며 공급 부족 상황에서 프리미엄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둘째: 외국인 자금의 귀환
외국인 매수세가 폭발적입니다. 지난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 원을 넘는 외국인 자금이 순매수되었고,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저평가된 보석으로 재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1.34배로, S&P 500(5.4배), 대만(3.6배), 인도(3.5배), 심지어 중국(1.6배)보다도 현저히 낮습니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셋째: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신정부가 증시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정책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세 인하, 기업 투명성 강화 등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차례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촉매제로 작용했습니다.
4000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
국내외 기관의 5000 목표
국내외 주요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코스피 5000 시대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KB증권은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를 5,000포인트로 제시했고, JP모건도 같은 수준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JP모건은 더 나아가 상승 시나리오에서 6,000포인트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지배 구조 개혁, 밸류에이션 재평가, 실적 개선이라는 구체적 근거에 기반한 전망입니다.

역사상 세 번째 강세장의 도래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시장은 1985~1989년 3저 호황, 2003~2007년 브릭스 시대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 강세장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달러 약세, 저유가, 저환율이라는 극히 드문 조합이 40년 만에 재현되면서, 비달러 국가의 기업들이 채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명암: 기쁨과 우려가 공존하는 시장
개인투자자, 상승장의 실익을 누리지 못하다
역설적이게도 코스피가 역대급 랠리를 펼치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수익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약 5조 원을 순매도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그 규모가 15조 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33.5%(10월 24일 기준)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64.3%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의 절반만 누렸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대형주 쏠림, 산업 다각화 필요
코스피 4000 돌파는 반도체와 대형주 소수 종목에 의존한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10월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16.96% 상승했지만, 중·소형주 지수는 각각 5.47%, 1.47% 상승에 그쳤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군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입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산업 다각화와 기업 구조조정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음을 시사합니다.
AI 버블 우려도
지수는 상승하지만 한국형 공포지수인 VKOSPI는 32.9로 급등한 우려도 있습니다. 단기 조정의 변동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투자자라면 알아야 할 조언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술적 수익 실현에도 구조적 상승장에 올라타라. 경제평론가 윤지호는 "4000은 라운드 넘버일 뿐이며, 의미 있는 것은 1.3배를 넘어갔다는 점"이라며 "4200포인트까지 열어두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저점 매수보다 상승장 참여가 우선이라는 것도 핵심입니다. JP모건은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경우 매수를 권고한다"며 "한국은 여전히 이 지역에서 가장 선호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선택의 순간
코스피 4000 돌파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가 정상화되는 과정입니다. 반도체의 강력한 실적,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의지, 글로벌 유동성의 선순환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물론 개인투자자에게는 이번 상승이 남은 기회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난 상승을 놓친 것에 대한 후회보다, 앞으로의 상승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 4000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